황희 정승의 포용력

조회수 2724 추천수 0 2008.06.02 07:58:35
황희는 여말선초의 문신으로, 육조판서를 두루 거치며, 이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정승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. 조선 왕조의 개국공신도 아닌 그가, 바람 많은 정승자리에 18년을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.
  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지킬 수 있었던 그의 편린 속에서, 우리들이 서 있는 지금의 자리를 조명해 보았으면 한다.
  어느 날 계집종과 사내종이 다툼을 하다, 황희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줄 것을 청하게 된다.
  먼저 계집종의 하소연을 듣고 난 황희 정승은 「네 말이 옳구나 옳다」라고 얘기했다. 그런데 곧이어 사내종의 하소연를 듣고 나서도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.
  방안에서 그 판결을 듣고 있던 부인이 하도 기가 막혀, 「아니, 이쪽이면 이쪽이고, 저쪽이면 저쪽이지, 어찌하여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고 하십니까?」「당신 말도 옳소」했다는 그의 엉터리 재판이, 그가 18년 정승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었던 지혜였으며 중도의 삶을 살아가는 대범한 모습이었을 것이다. 흑백논리에 빠져 있는 이 시대 후손들이 한 번쯤 음미해 볼 엉터리 재판이 아닐까?
  네 것이 아니면 내 것, 네 편 이 아니면 내편, 내 것이 아니면 부수어 버리고 내편이 아니면 잘라버리는 비정한 현실 속에, 네 것이 내 것일 수도 있고 내 것이 네 것일 수도 있다는 이치는, 내편이 네 편일 수도 있고 네 편이 내편일 수도 있다는 중도의 도리이니, 그 도리를 깨쳐 삶 속에 실천할 수 있었던 황희의 처세와 인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것을 생각게 하여 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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